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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모음

가을우체국앞에서---윤도현

 

 

윤도현 밴드 / 가을 우체국 앞에서 (악보)

      가을 우체국 앞에서 / 윤도현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노오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날려가고 지나는 사람들같이 저멀리 가는걸 보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한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들과 지난 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서있는 나무들같이 하늘아래 모든것이 저홀로 설 수 있을까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우연한 생각에 빠져 날 저물도록 몰랐네 날 저물도록 몰랐네..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노오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날려가고
지나는 사람들 같이 저 멀리 가는걸 보네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는 노래라기보다는 이미지즘 계열의 시적 아름다움이 빛나는 가사가 참 좋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 떠난 사랑을 기다리는 사람이 서 있다. 편지는 오지 않고 가을 바람이 불자 노오란 은행잎들이 포도 위를 쓸려 어디론가 날려간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사랑이 대지에 뿌리를 깊이 내린 나무처럼 굳세고 변하지 않기를 간망한다. 나무는 어디론가 가지 않는다. 나무는 눈보라조차 견뎌낸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그들의 사랑이 모진 시련을 이겨내고 언제나 그 자리에 변함없이 서 있는 나무 같은 사랑이기를  기도한다.  

 

그러나 이러한 간절함 조차도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오래 남지 않음을 알기 때문에 더 애틋하다. 한여름 소나기를 버틴 꽃들도 가을이 오면 지고 만다. 어쩌면 사랑의 순간이 피었다 지는 꽃보다 더 찰나적일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나는 봤다. 그래서 '하늘 아래 모든 것들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 라고 말하는 부분은 사랑의 상실을 경험한 사람의 심경일 것이다. 소나기를 견딘 꽃이나 눈보라를 이겨낸 나무처럼 사랑이 그리 했어야 하지만 사랑은 기어이 가버리고야 만다. 아름다운 것들은 우리 곁에 오래 남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체념의 감정에 호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비록 사랑이 가버리더라도 홀로 설 수 있기를...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한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들과
지난 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서있는 나무들같이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

 

 

사랑이 가버려도 잊을 수 없는 것이 사랑의 추억이다. 가버린 사랑은  우체국 앞에 서성거림을 남긴다. 기다림은 사랑일까?  기다리면 옛사랑이 다시 찾아 올까?  날이 이슥하게 저물어도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고 어디선가 가을 바람만  불어온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우연한 생각에 빠져 날 저물도록 몰랐네..

 

 

 

 

 

2

 

 

황동규의 연애시 ‘즐거운 편지’는 시집 <삼남에 내리는 눈> 에 실렸다. 대학시절 사랑의 감정에 빠졌을 때는 시의 운율과 낭만적인 문체를 좋아했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사랑의 본질을 슬며시 드러내는 것 같아서 새롭다. 사랑은 어쩌면 실체가 없기에 어디에나 존재하는 역설적 속성을 갖는 것은 아닐까?  사랑하는 이의 배경이 되어 바람이 불고 해가 지는 일처럼 사소함 속에 존재하고 싶은 나.

 

사랑이 일상이 되고 사랑의 기쁨이 빛을 바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시인은 사랑이 그러한 사소함 속에 존재한다고 믿으면서 한편으로 사랑은 기다림이라고 말한다.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속을 헤매일 때'  사랑하는 이의 배경이 되었던 그 사소함이 기다림의 힘이 되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시인은 안다. 사랑이 끝날 수 있는 것임을.  골짜기를 가득 메우고 흩날리던 눈들이 그치듯 사랑도 언젠가 그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시인은 사랑이 그쳤다고 하지 않고 그 사랑을 기다린다고 한다. 나의 기다림의 자세야말로 내 사랑의 영원성을 담보해준다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꽃이 피고 낙엽이 지고 눈이 오는 사계의 순환을 바라보면서 기다림의 마음을 간직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랑도 언젠가는 이러한 계절의 순환처럼 다시 오리라는 희망을 나는 마음에 품는다. 눈이 퍼붓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는 시간이 지나더라도 나의 기다림의 자세는 변치 않을 것이며, 사랑이 내 안에 자리할 것임을 나는 안다. 사랑은 자세의 문제다. 사랑은 그 속에 있다.  

 

 

즐거운 편지 --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언제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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