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d Bl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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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음악은 시대를 닮는다. ‘러브 앤 피스’를 목청 높이던 시대에도, 목숨보다 자유를 달라고 외치던 시대에도 음악은 각자의 시대를 담은 채 존재해 왔다. 그렇다면 21세기의 음악 역시 21세기를 닮아있을 것이다. 못의 음악이 그렇다. 무엇을 해도 불안하고, 태생부터 지쳐있는 우리들을 그대로 보고 있는 듯한 불편함을 담고 있다. 그것도 매우 완벽한 형태로.
2004년 못(MOT)의 등장은 놀라웠다. 듣는 사람들의 입마다 ‘이거 누가 만든 거야?’라는 반응이 앵무새처럼 똑같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런 반응들은 이 앨범의 매우 ‘잘’ 만들어진 만듦새에 대한 감탄으로부터 시작됐다. 첫 번째 앨범을 내는 밴드인 것은 분명한데, 처음부터 끝까지 중심을 잃지 않은 앨범의 완성도와 감정의 낙폭을 조절하는 노련한 품새가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리라. ‘비선형’은 지하 연습실 곰팡이나 땀 냄새보다는 포르말린 액이나, 오래된 도서관 책 냄새가 어울렸다.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에 악기 가방을 둘러메고 홍대 거리를 헤매는 청춘들보다는, 그 모든 것들을 꽤 두꺼운 안경 너머로 면밀하고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관찰자의 면모를 풍긴다. 인디에 뿌리를 두고 탄생한 음악이면서도 ‘인디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는 점은 이 앨범이 인디 팬들은 물론 일반적인 대중음악 팬들까지 흡수할 수 있는 밑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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