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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자료/설악산

[스크랩] 겨울 설악산, 이렇게 하면 더 즐겁다

적설기 설악산행의 주요 장비·산행요령·구간별 요주의 포인트

 

겨울 설악산! 생각만 해도 춥고 힘들다는 생각은 버리자. 매서운 추위와 바람, 힘겨운 러셀과 눈사태, 빙벽이 없다면 겨울 설악산이라고 할 수 없다. 누가 뭐래도 설악의 최고 경치는 맨 몸의 속살에 은빛 융단을 차려입은 눈 덮인 능선이 아닐까? 기암절벽과 빙폭이 어우러져 꿈틀거리는 기운이 푸른 동해 바다로 뻗어나가는 모습은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그렇지만 매력적인 설악의 설경에 다가가기 위해 위험지형을 파악하고 장비 사용법을 숙지해야 한다. 우선 겨울산은 다른 계절보다 위험요소들이 많다. 준비를 철저하게 하다보면 짐이 많아지고 이런 것들을 다 챙기다 보면 무게도 만만치 않아 체력소모도 커진다. 상황에 맞게 꼭 필요한 장비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장비를 철저히 준비한다


봄과 가을, 여름과 다르게 챙겨야 할 겨울만의 등산장비를 한번 생각해보자. 물, 의복, 식량, 의약품은 계절과 관계없이 늘 배낭에 있어야 한다. 특히 겨울엔 물을 따뜻한 보온병에 준비하는 것이 좋다.


 

겨울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온 유지다. 운행 중 입지 않더라도 다운재킷 등의 보온의류를 준비해야 한다. 능선에 오른 후나 짧은 휴식 중에 체온 손실을 막기 위해 보온의류를 입어야 한다. 의복 또한 눈과 바람을 막아 주는 방수가 되는 겉옷을 준비한다.


 

겨울산은 해가 짧다. 또한 기온이 낮아 헤드랜턴의 건전지가 빨리 소모되므로 여분의 건전지를 꼭 챙겨야 한다. 등산화는 바닥이 딱딱하고 방수가 잘 되는 것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겨울 산의 주 보행법인 킥스텝(kick step·발 앞꿈치로 눈을 차서 발디딤을 만드는 것)이나 플런지 스텝(plunge step·발뒤꿈치로 눈을 다지며 내려오는 보행법)을 위해서는 바닥창이 딱딱하고 발가락 부위가 구부러지지 않는 것이 좋다.

 

눈 깊은 길을 헤쳐 나아가다 보면 쉽게 장갑이 젖어 버리므로 장갑은 여분으로 두 켤레 준비한다. 오버글러브는 방수가 되는 것으로 한다. 스패츠는 짧은 것과 긴 것이 있는데, 심설산행에서는 긴 것이 안전하다. 신발과 옷 사이로 눈이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어 겨울 장비로는 필수적이다.

 

 

▲ 북극에서도 위력을 발휘하는 보온병.


필수장비로는 아이젠을 빼놓을 수 없다. 겨울 산을 오르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아무 곳에서나 아이젠을 신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서 상황에 따라 신고 벗어야 한다. 아이젠 자국으로 상처가 남는 나무들이 많으므로 빙판이나 내리막길의 단단한 설사면에서 아이젠을 착용한다. 스틱이나 워킹용 피켈을 사용하면 심설산행 시 균형을 잡기에 좋다.


 

이제 배낭이 모두 꾸려졌다면 설악산의 등반로를 살펴보도록 하자.

 

설악산의 위험지역을 조사하라

 

 

▲ 깊은 눈 헤치기.

 

샛길 눈에 덮인 길에서는 일반 등산로를 벗어나 길을 잃고 헤맬 우려가 있다. 비선대~희운각대피소 구간은 특히 샛길로 빠질 위험이 많다.


 

천불동계곡은 협곡을 따라 가는 계곡의 양쪽으로 1천 부처를 연상케 하는 기암괴석과 폭포가 가득 들어차 있는 코스로 설악 최고의 절경들이 밀집된 지역이다. 이 길에는 서쪽으로 토막골, 설악골, 잦은바위골, 용소골, 동쪽으로 칠선골, 염주골, 죽음의 계곡으로 가는 갈림길들이 나온다.


 

이 갈림길들을 지나 비로소 희운각대피소에 도착하게 된다. 이중 토막골, 설악골, 잦은바위골, 죽음의 계곡은 빙벽등반을 하기 위한 훈련등반대의 발자국이 나 있다. 이 발자국을 무심코 따라가 골짜기 길로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내리막길 내리막길은 특정 지역을 가릴 것 없이 어느 산에서든 만나는 지형이다. 내리막길에 눈이 수북히 쌓이게 되면 덧옷을 입은 채 글리세이딩으로 하산하는 등산객들이 많다. 이렇게 글리세이딩으로 하산할 때엔 아이젠을 벗어야 한다. 또 내리막길에서 글리세이딩을 하다가 튀어나온 돌부리에 엉치뼈를 다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대청봉~오색, 소청봉~희운각대피소, 한계령 삼거리~한계령, 대승령~장수대가 대표적인 내리막 구간이다.

 

 

▲ 강풍이 정면으로 몰아치는 경우가 잦은 소청 하산길.

 

 

눈사태 신설이 내리면 죽음의 계곡과 같은 표층 판상 눈사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설악산은 집중적인 폭설이 내린 후 눈사태 사고가 빈번한 곳이다. 대표적인 눈사태 우발지역으로 죽음의 계곡을 들 수 있다. 죽음의 계곡은 40년 전인 1969년 2월14일 한국산악회의 1차 히말라야 원정훈련 과정에서 눈사태로 10명의 산악인들이 희생되었다. 이후에도 죽음의 계곡에서 눈사태 사고가 몇 번 더 발생했다.


 

눈사태는 경사각이 30~50도인 사면에서 가장 흔히 발생한다. 귀면암과 양폭 사이에 있는 오련폭포의 우측 설사면이 바로 이런 곳으로, 여기를 지날 때는 눈사태를 주의해야 한다. 신설이 내린 후 오련폭포 앞을 지날 때엔 눈사태에 대비해 여러 명이 줄지어 이동하지 않고 한 명씩 계단을 통과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큰 소리로 ‘야호’를 외치면 메아리가 울려 순간적으로 눈사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눈사태 다발지역은 폭설이 내린 직후에는 산행을 삼가는 것이 좋다. 죽음의 계곡과 오련폭포은 대표적인 눈사태 다발지역이다.

 

 

▲ 바람과 햇살에 수시로 빙판이 형성되는 대청 등로.

 

 

너덜지대 돌틈의 구멍을 보지 못하면 다리가 허벅지까지 빠질 수 있다. 돌무더기 위에 슬쩍 덮인 눈을 밟고 발이 빠지거나 미끄러져 낙상하는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때로는 돌틈에 발목이 끼여 삘 수도 있다. 귀청 일대에는 넓은 너덜지대가 분포되어 있다. 이런 너덜지대를 통과할 때엔 스틱을 반드시 활용하도록 한다. 스틱은 탐침봉 역할로 사용한다. 스틱으로 찔러 보면서 너덜지대의 바위틈을 피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틱을 배낭에 꼽고만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데 양손에 하나씩 한 조를 사용하도록 한다. 스틱은 심설산행 시 균형을 잡기에 좋다. 눈이 많은 곳에서는 스틱 끝에 달린 링을 대형으로 바꾸어 사용하면 눈에 깊이 빠지지 않아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바위에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아이젠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얼음이 언 바위 위에 내린 눈을 잘못 디디면 넘어지기 쉽다. 자주 신고 벗어야 하므로 탈착이 쉽고 밴드 부분이 튼튼한 제품으로 고르면 된다. 서북능선 상의 귀청 일대가 가장 위험한 너덜지대다.


 

계단길 / 빙판길 언제든지 자주 접하게 되는 지형이다. 겨울 산이라 할지라도 적설량에 따라 아이젠 없이도 산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겨울 산행에서 배낭에 꼭 넣고 다녀야 할 필수품으로 늘 챙겨야 한다. 표면이 단단히 굳은 급경사면은 발가락 끝을 눈의 표면에 차서 박아 넣는 킥스텝(kick step)으로 오른다. 단단한 설벽은 발뒤꿈치로 눈을 힘차게 찍어 내리는 플런지 스텝(plunge step)으로 하산한다.


 

하지만 사람이 흔히 지나다니는 길목, 계단길과 응달엔 빙판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요즘 들어 수풀을 보호하자는 차원에서 나무계단과 돌계단이 더욱 많이 생겼다. 이런 곳은 반드시 아이젠을 착용하고 발바닥 전체를 얼음사면에 대고 걸어야 미끄러지지 않는다. 천불동계곡과 오색~대청 구간이 대표적인 계단과 빙판 지역이다.

 

 

▲ (위)낙상 위험이 높은 천당폭 계단길. / (아래)죽음의 계곡에서 훈련중인 산악인들.

 

 

상황이 허락치 않으면 후퇴하는 게 상책


 

긴능선 / 운행 서북능선과 공룡릉 같은 코스는 대피소가 없는 곳이라 유사시 대피할 방법이 없으므로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 능선을 운행할 때엔 러셀 상태가 좋지 않아서 후퇴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운행시간과 거리를 꼼꼼히 계산해야 한다. 만약의 상황에 대피할 장소를 만나기 어려우므로 해가 지기 전에 철수하는 방법을 염두하며 걷는다.


 

겨울철은 낮의 길이가 짧다. 또 많은 양의 눈이 내린 직후라면 운행속도가 평소의 반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겨울 산행은 시간 여유를 충분히 두고 해야 한다. 여름과 달리 해가 일찍 지는 겨울 산행은 여유롭게 시간을 두고 산장을 이용한 1박2일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희운각대피소에서 아침에 운행을 시작해 오후 2시가 되어도 1275m봉을 지나지 못했다면 희운각대피소로 되돌아가는 것이 좋다.


 

능선에서 러셀을 한다고 눈이 붙은 젖은 장비들을 사용하며 느린 속도로 바람을 맞고 걷는다면 동상이나 저체온증에 걸릴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준비한 다운재킷과 같은 보온의류를 챙겨 입고 따뜻한 물을 마시며 바람을 피한다. 또한 능선 운행 중 폭설로 러셀 자국이 사라지고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 처하면 오던 길로 되돌아가자.

 

 

▲ 돌 틈으로 다리가 빠져들 위험이 높은 귀청 너덜길.

 

 

 / 필자 김영미 _   강릉대 산악부원으로 산에 입문, 대학시절 동갑내기 여성산악인과 51일간 백두대간 무지원 종주를 해냈다. 2003년부터는 히말라야 고산 원정에 나섰다. 그 해 가셔브룸2봉과 브로드피크를 등반하고, 2004년에는 클린 K2 원정대에 참가했다. 이어 2005년 북미 최고봉 매킨리 등정을 시작으로 05년 엘브루즈, 06년 아콩카구아·칼스텐츠, 07년 킬리만자로, 08년 에베레스트로 이어지는 7대륙 최고봉 등정도 해냈다.

 

출처 : 월간산 김영미의 안전산행 가이드

출처 : 우.리.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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