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빛나는 천상의 바윗길
클라이머들에게 최고의 인기 누리는 설악 최장의 암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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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릉에서 갈래 쳐 설악골과 잦은바위골을 가르며 천불동계곡으로 뻗어내리는 천화대(天花臺) 암릉은 설악뿐 아니라 전국의 수많은 암릉을 대표하는 암릉이다. 왕관봉, 희야봉, 범봉 등 각기 절묘한 형상으로 이루어진 암봉들이 공룡릉에 이르기까지 10개 이상 이어지면서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데다 암릉을 따르는 사이 공룡릉과 화채릉, 울산암, 천불동계곡, 설악골 등 외설악을 속속들이 살펴볼 수 있어 즐거움이 더해진다. 이러한 풍광과 스릴 덕분에 오랜 세월 동안 클라이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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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관봉 정상에 오른 대원들.
- 1월 말 폭설 직후 나선 천화대 암릉등반은 들머리 진입부터 애를 먹였다. 설악골 입구에서 허벅지 이상 빠져드는 눈을 헤치며 첫 피치 등반기점까지 가는 데만 해도 등줄기에서 땀이 흘러내릴 정도다. 공원 관리사무소에서 폭설 직후 여러 날 동안 통제해 왔으나 산꾼들이 하얀 목련 꽃봉오리처럼 피어오른 천화대 암릉을 그냥 놔둘 리 없다. 이미 누군가 깊은 눈을 헤치며 오른 흔적이 나 있다.
평범한 암릉이 까다로운 험로로 변해
첫 피치 약 20m 크랙 구간은 여름 가을철에는 물이 흘러내려 까다로운 구간. 크랙 양옆 암벽 곳곳에 얼음이 얼어 있고, 크랙 안에 눈이 박혀 있어 더욱 까다로워졌다. 그런데도 지난해 남미 파이네 등반을 통해 국내 최상급 토털 클라이머로 부상한 최석문씨(개미산악회·노스페이스)는 평범한 바윗길 오르듯 쉽게 올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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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피치. 대기장소에도 쌓인 눈이 주저앉곤 해 마음놓고 서 있기 어려웠다.
- 최씨가 피치 종료지점에 로프를 고정시켜 놓자 부산 시샤팡마-로체 원정대(대장 홍보성) 대원들이 로프에 어센더를 걸고 오른다. 1박2일치 식량과 비박장비에 암빙벽장비까지 담긴 배낭을 메고 20m가 넘는 수직 크랙을 오르자니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이젠을 차고 맨 바위를 딛자니 그것 또한 불편한 일이다. 첫 피치를 오르는 데 벌써 손과 팔에 힘이 다 빠져나가고 쥐가 날 것만 같다. 9명이 첫 피치를 끝내는 데 2시간 가까이 걸리고 나니 내일 저녁 비선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싶어진다.
그래도 피치를 끝내고 나면 모두들 “와~ 좋다. 멋있다”며 환호성을 지른다. 울산암이 정수리를 살짝 내밀고, 봉화대에서 화채릉으로 이어지는 능선 위에는 흰 눈을 뚫고 바위꽃이 피어 있다. 게다가 장군봉에서 마등령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아침 햇살에 보석처럼 반짝이고, 바위 꽃밭 너머로 푸른 바다 동해가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제2피치 아래 도착하자 앞장선 최석문, 박정용(영원무역 반여점), 김형우씨(대륙산악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이미 제3피치까지 로프를 깔아놓고 제1봉 정상 부근에 올라서 있었다.
“3년 전 여름엔 더위가 고생시키더니 이제는 눈과 얼음이 아예 곤죽을 만드네.”
2005년 여름 엄청난 무더위 속에 천화대를 함께 올랐던 노영수씨는 첫번째 피치는 그럭저럭 오르더니 홀드와 스탠스가 많은 페이스 구간인 제2피치에서 엉긴다. 어깨가 아파 여러 달 고생해온 데다 아이젠을 잊고 가져오지 않아 등산화만 신은 채 얼음과 눈이 덮인 암벽을 오르자니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단신인 노씨는 피켈을 크랙에 집어넣어 당기는 등 ‘숏다리의 비애’를 느껴가며 어렵게 피치를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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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번째 피치 페이스 구간. / 제1봉에서 하강, 제2봉으로 올라서는 대원들.
- 페이스 구간 상단의 누운 슬랩으로 다가설 즈음 박정용씨가 내려와 “지금 10분 아끼는 게 나중에 훨씬 유리하다”며 정정현 기자의 배낭을 메고 올라간다. 박정용씨는 4년 전 히말라야 원정에 나서려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까지 때려치웠을 만큼 골수 산꾼.
박씨의 뒤를 따라 누운 슬랩과 짤막한 턱바위를 올라서자 제1봉 정상이다. 11시40분, 이 정도면 오늘 비박장소로 예상한 5봉과 6봉 사이의 안부까지 충분히 도착할 수 있으리라 자신이 생긴다.
“이렇게 가다가는 이틀은커녕 사흘에도 못 끝내겠는데-. 창호야, 너만 믿는다.”
벌써 지친 기색을 보이는 정정현 기자와 노영수씨는 후배인 김창호씨(서울시립대 OB, 프로스펙스)에게 아부 섞인 부탁을 한다. 그렇다고 최종 목표인 희야봉까지 업어다 줄 수는 없는 일. 10여m 하강 후 눈 박힌 20m 설사면을 올라서자 앞서간 일행이 짤막한 암릉 끝 암각에 로프를 고정시켜 놓았다. 평소 같으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거리지만 한쪽이 절벽을 이루고, 눈이 덮여 있는 암릉을 오른다는 게 마음 편치 않다.
- “뭣들 해요. 빨리 오지 않고.”
제2봉에 올라서자 최석문씨가 건너편 제3봉에서 빨리 오라 소리치더니 아예 저녁 때 만나자며 봉우리 뒤로 내려선다. 깊은 골은 산릉에 가려 그늘이 들고 있지만 공룡릉을 비롯한 수많은 설릉들은 햇살을 받아 번뜩인다. 이런 멋진 풍광을 보기 위해 지금 이렇게 헉헉대며 천화대를 따르고 있는 것이리라 생각하면서도 갈 길을 생각하면 암담해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노영수씨는 말이 없어진다. 제2봉에서 평범한 암릉을 내려서는데도 불안한 표정이다. 그런데도 앞서 내려서던 정정현 기자는 “멋지다”며 “사진 찍게 뒤로 물러섰다 내려오라” 주문하니 노영수씨는 죽을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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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7봉 사선크랙을 주마링하는 홍보성 대장.
- 제2봉 암릉 끝에서 하강한 다음 자일 한 동을 배낭 위에 얹는 순간 다리는 천근만근 무거워진다. 소나무 우거진 둔덕을 넘어서는데도 괴롭다. 성곽 같은 암릉을 우회하고 나니 또다시 하강포인트다. 앞서간 이들은 이제 보이지도 않는다. 오후 2시 반, 아직 한낮인데도 햇살이 암릉에 가리자 기온이 뚝 떨어진다. 그래도 바람이 불지 않는 게 다행이다. 평범한 숲길을 따라 둔덕을 올라서는데 노영수씨가 열 받았나 보다. “천화대를 다시 오나봐라” 하더니 “다시 올 때는 한여름에도 아이젠을 차고 오겠다”고 소리친다.
제4봉에 올라서자 성벽처럼 웅장한 제5봉과 그 뒤로 사선크랙이라 불리는 제7봉과 제8봉인 왕관봉에 이어 희야봉과 범봉이 겹을 이루며 바라보인다. 제5봉 직전의 급경사 구간은 제법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는데도 홍일점인 유향미씨(동주대 OB·부산산악연맹 사무국)는 당차게 올려친다. 그 사이 해가 공룡릉 너머로 내려앉고 산릉은 붉은 빛으로 빛깔을 달리하며 오묘하면서도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반면 칠형제봉 암릉과 천불동 일원은 땅거미가 스며들면서 냉랭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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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6봉을 올라선 김형우 대원.
- “창호야, 줄 좀 빨리 가지고 와라~.”
제5봉 하강포인트에서 홍보성 대장이 하강에 필요한 로프를 빨리 가져와라 소리치지만 무거운 배낭에 물먹은 로프 한 동을 얹고 나니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김창호씨는 이렇게 체력이 급격히 떨어질 때일수록 간식을 먹어야 한다며 사과를 깎아 선배들에게 한 조각씩 나눠준다. 하기야 오전 6시50분 비선산장을 출발하기 전 아침을 먹은 이후 초콜릿과 과자 몇 조각이 먹은 것이 전부였으니 허리가 구부러질 수밖에. 출발 전 대원들에게 간식을 받기는 했으나 이틀간 먹기에는 너무 적다 싶어 손을 대지 않았더니 하루치란다. 그 소리에 있는 것 없는 것 다 꺼내 먹는다.
- 모기에 시달리던 곳이 하얀 궁전으로 탈바꿈
온몸의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는 느낌을 받으며 제5봉 하강포인트에 도착하자 홍 대장이 추위에 오돌오돌 떨고, 유향미씨는 얼굴이 파래져 있다. 30분 넘게 강풍을 맞으며 기다렸으니 춥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도 모두들 표정이 밝은 것을 보면 설악의 정기가 맑긴 맑은가 보다.
- 로프 하강을 마치고 비박지에 도착하자 앞서간 일행은 제6봉 구간에 로프를 깔아놓고 비박터를 세 곳이나 다듬어놓았다. 역시 올 봄 히말라야 8,000m급 2개봉 원정을 앞둔 원정대원다운 모습이다. 3년 전 더위에 허덕이며 도착해 잦은바위골 상단으로 내려가 물을 떠오고 밤중에는 모기에 시달리던 곳이 하얀 궁전으로 변해 있다. 배낭을 풀어헤치려고 버클을 누르는데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어지간히 시달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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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6봉을 등지고 제7봉 사선크랙 등반기점으로 접근하는 김형우 대원. / 제5봉과 제6봉 사이의 안부 부근에서 비박중인 취재팀.
- “벌써 어두워지나 본데. 지금 몇 시야?”
이제 오후 5시10분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둡다. 아직 환한 대낮인데 고글을 쓰고 있다보니 어두워진 것으로 착각한 것. 모두들 배낭이 무겁다면서 이것저것 꺼낸다. 간식거리가 잔뜩 쌓인다. 앞서간 사람은 빨리 가느라, 뒤따라가는 사람은 앞사람 쫓아가느라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산행했던 것이다.
저녁식사를 준비할 때는 긴긴 밤을 어떻게 보내겠느냐 걱정하더니 소주잔이 몇 순배 돌고 7시 반쯤 넘어서자 꾸벅꾸벅 조는 사람이 한 명씩 나온다. 서둘러 식사를 마무리짓고 차가운 눈밭에 드러눕는다. 원정대원들은 눈과 얼음을 녹여 아침에 마실 물을 만들면서 히말라야 등반에 대한 꿈을 나누는데 한쪽에선 벌써 코고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러다 여기저기서 나오는 코고는 소리가 합창을 이루며 밤하늘은 더욱 별빛 찬란해진다.
일기예보에 오늘 오후 들어서면 날씨가 흐려진다고 하더니 그게 앞당겨졌나 보다. 엊저녁 밤하늘에 총총히 수놓았던 별들이 새벽녘 모습을 감추었다. 마음이 급해져 새벽 5시 반 밥 먹자고 외쳐 일행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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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관봉을 향해 주마링하는 김창호 대원. / 아이젠 없이 등반하느라 초반부터 지친 노영수씨가 설릉을 오르고 있다.
- 7시40분경 등반을 시작하려는데 어제와 달리 하늘이 희부옇다. 최석문씨에 이어 대원들이 한 명 한 명 쏜살같이 제6봉을 오른다. 9명 전원이 60m의 제6봉을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20분. 이런 속도라면 희야봉 하강까지 오후 2시면 가능할 것 같다. 이제 천화대 암릉에서 가장 까다롭고 힘든 사선크랙이 기다리고 있다. 애매한 칼날 리지를 지나고 절벽을 가로질러 출발점에 닿는 사이 최석문씨가 사선크랙을 올라선다. 3분의 2 지점을 지나면서 반침니에 박힌 눈을 끄집어내자 분설이 하늘 높이 날린다. 어제와 달리 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설악은 차분히 가라앉아 있다.
차례를 기다리던 유향미씨는 푸모리(7,165m)를 등정한 바 있는 여성산악인인데도 “이런 등반을 처음”이라며 혀를 내두른다. 그녀는 “겨울시즌에 암릉등반이 허용되지도 않지만 허용된다 하더라도 올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 단정짓는다. 대원들이 3동의 로프를 타고 등강기로 오른다. 어제에 비해 빠르고 전원 비슷한 속도로 움직인다. 무거운 식수에 먹거리까지 빠져나가 배낭 무게가 많이 줄어든 덕분일 게다. 그런데 8명이 외줄 하강을 마친 다음 노영수씨가 더블 로프를 절벽 아래로 던진 게 크랙에 끼고 만다. 결국 하강을 마친 김창호씨가 다시 오르며 크랙에 낀 로프를 빼낸 뒤 노영수씨가 내려오느라 시간이 늘어진다. 호사다마라더니 그 말이 맞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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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관봉 정상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부산 시샤팡마-로체 원정대와 취재팀. 천불동 일원의 암봉과 암릉이 흰눈을 쓴 채 반짝이고 있다.
- 30m와 10m 하강을 마치고 7봉과 8봉 사이 안부에 도착하니 정오를 넘어섰다. 김창호씨와 박정용씨가 여기서 설악골로 내려가는 길이 뚜렷하다며 은근히 하산쪽으로 기운다. 홍보성 대장 역시 “어서 내려가 회 한 사라 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유혹한다. 여기서부터 왕관봉 하강까지 마치자면 적어도 1시간 반은 걸릴 것이고, 이후 희야봉을 오른 다음 범봉 안부로 내려서려면 또다시 1시간 반 이상 소요될 것이다. 이후 허기진 상태로 허리까지 빠져드는 눈을 헤치며 설악골까지 내려서야 하고, 설악골을 빠져나가 비선산장까지 어둡기 전에 도착하기란 어렵다.
외설악 뷰포인트 왕관봉에서 마무리
“왕관봉까지만 갔다가 이리 돌아와 탈출하죠.”
모두들 얼굴이 환해진다. 너무 기뻐하는 모습에 오히려 미안해진다. 안부에서 빤빤한 페이스를 올려치자 천화대를 상징하는 왕관봉이 솟아 있다. 최석문씨와 박정용, 김형우씨는 벌써 꼭대기에 올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어서 올라와라 손짓한다.
- 눈이 덮여 까다로운 마지막 알바위 벽을 올라서자 눈앞에 희야봉과 범봉이 마주서고, 외설악의 침봉과 암릉, 크고 작은 골짜기들이 다 내려다보인다. 외설악의 정점, 뷰포인트에 올라선 것이다. 때마침 구름이 살짝 벗겨지면서 햇살이 쏟아져 내리자 헬멧이 반짝이고, 그와 동시에 눈을 인 암봉들이 꽃봉오리처럼 피어오른다.
이제 천불동 너머로 봉화대에서 화채봉~대청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희야봉 오른쪽으로 1275m봉에서 마등령을 거쳐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외설악 경계 능선이 한눈에 바라보이고, 그 한쪽이 터지면서 동해바다가 들어온다. 그 안에 수많은 침봉들이 깊은 눈을 뚫고 피어난 설화처럼 아름답게 솟구쳐 있다.
오후 1시30분, 마냥 머물고 싶으나 다시 안부로 내려선 다음 깊은 눈을 헤치며 설악골을 빠져나가려면 오늘 안에 가능할지 알 수 없다. 급히 서둘러 다시 안부로 내려선 다음 깊은 눈을 헤치며 하산을 시작했다. 허리까지 빠져드는 눈을 헤치며 내려서면서도 뭐가 아쉬운지 눈길이 수시로 천화대 암릉으로 향했다.
취재협조 2008 부산 시샤팡마-로체 원정대, 설악산 국립공원
등반 길잡이
일반적으로 희야봉까지 잇는 당일 등반으로 시도
범봉까지 이으려면 한여름에도 1박2일 이상 잡아야
천화대는 인기를 누리는 암릉답게 첫 피치부터 마무리지을 때까지 확보물이 잘 설치돼 있다. 그러나 암각이나 하강포인트에 설치된 슬링은 많이 삭아 있으므로 철저하게 확인하거나 아예 새 것으로 갈아 끼운 다음 사용하는 게 안전하다. 특히 희야봉 너머 범봉은 등반객이 잘 찾지 않아 확보물이 불안한 상태이므로 확인하면서 등반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아주 어려운 구간은 없으나 첫 피치 약 20m 크랙은 평소 물이 흘러내릴 적이 많아 애를 먹이고, 두 번째 피치는 페이스로 균형 잡는 게 애매할 적이 있지만, 홀드가 많고 고정확보물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설치돼 있어 큰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다. 제7봉 사선크랙은 큰 배낭을 메고 오르기에는 어려우므로 선등자는 맨몸으로 등반한 다음 배낭을 끌어올리는 게 바람직하다.
희야봉에 이르기까지 10회쯤 하강해야 한다. 그중 제5봉 하강포인트는 그냥 지나쳐 계속 칼날 암릉을 탈 염려가 있다. 제4봉에서 바라볼 때 추모동판이 박혀 있는 암봉 왼쪽 바위지대에 하강포인트가 있다. 제7봉 하강시에는 로프가 크랙에 낄 염려가 있으니 로프를 밑으로 던질 때 주의해야 한다. 희야봉 하강포인트 역시 간혹 봉우리 너머 안부에서 찾을 수 있으나 하강포인트는 안부쪽 리지 상에 있다.
천화대 리지는 대개 희야봉까지 당일 하산을 목표로 등반에 나선다. 범봉까지 잇기에는 당일에 무리다. 중간 비박지로는 제5봉과 6봉 사이의 잦은바위골 방면 사면과 제7봉과 8봉 사이 안부, 그리고 범봉 안부가 적당하다. 첫 번째 비박지에서는 잦은바위골쪽으로, 두 번째와 세 번째 비박지에서는 설악골쪽으로 내려서야 식수를 구할 수 있다.
위치 외설악 설악골과 잦은바위골 사이
난이도 초중급. 최고난도 5.8급(사선크랙)
소요시간(2인1조 기준) 희야봉까지 최소 8시간
소요장비(2인1조 기준) 로프 60m 1동, 프렌드 1조, 암각 확보용 슬링 다수, 퀵드로 5개.
접근 설악골 입구 초입에서 왼쪽 능선으로 접어든다.
하산 희야봉 하산 후 설악골 방향으로 하산하거나 범봉을 마주보고 왼쪽 허릿길을 따르면 공룡릉으로 올라선다(비선대까지 안부에서 약 1시간30분 소요).
탈출로 제7봉(사선크랙)과 제8봉(왕관봉) 사이 안부에서 설악골쪽으로 하산하거나 왕관릉 너머 안부에서 설악골쪽으로 내려선다.
등반허가 천화대 암릉은 아쉽게도 겨울 등반은 허용되지 않고, 산불예방기간 외에도 산양 등 희귀동물의 번식·교미기인 5~6월과 10~11월 일시적으로 등반을 통제하기 때문에 실제 등반이 가능한 기간은 매우 짧은 편이다. 그에 따라 단풍철 같은 때는 체증현상이 일어날 만큼 많은 산악인들이 몰린다.
허가신청은 설악산 국립공원 홈페이지(http://seorak.knps.or.kr) 공원소식→공지사항 중 ‘15번 2007년 설악산 암장이용신청 안내’를 클릭하면 암장허가 신청서 양식이 나온다. 양식을 카피, 서식에 따라 기재한 다음 등반 3일 전까지 공원 관리소에 팩스(03030-636-7494)로 보내면, 하루 전까지 등반여부를 유선으로 알려준다. 등반허가서는 등반 전날 소공원 탐방안내소에서 22:00까지 받을 수 있다. 단, 방문접수의 경우 근무시간(09:00~18:00) 종류 후에는 접수나 허가서 발급이 불가하다. 문의 전화 033-636-7700.
교통
속초까지는 서울 강남터미널(www.exterminal.co.kr), 동서울터미널(www.ti21.co.kr), 상봉터미널(tm.jamycar.co.kr), 부산 종합터미널(051-508-9966), 대구 북부터미널(053-756-0017~19), 광주 종합터미널(062-360-8800), 대전 동부시외버스터미널(042-624-4451), 인천 종합터미널(032-430-7114), 강릉 종합버스터미널(033-643-6092) 등지에서 고속 또는 직통·직행버스가 다닌다. 설악동 소공원 입구까지는 속초시내나 물치에서 시내버스가 수시 운행한다.
숙박
설악동 일원에 여관 민박집 등 숙박시설이 많이 있다. 매표소에서 30분 안팎 거리인 비선대산장(033-636-8014)이나 소공원과 비선대 사이의 청운정산장휴게소(주간 033-636-7400, 야간 636-9186, 017-377-3111)를 이용하면 이튿날 빨리 움직일 수 있다. 1인당 5,000원.
월간산/ 글 한필석 차장대우 pshan@chosun.com
사진 정정현 부장 rockart@chosun.com
출처 : 한국알프스산악회
글쓴이 : 강성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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